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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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흩어지듯이. (詩)창작 2011. 6. 6. 17:55
바람에 흩어지듯이. -lumiere- 좋을게 없어서 바람이 좋다! 꽃향기 실리는 바람에 젖은 머리말리고 풀내음에 돋는 살갗에 설레이며 아련한 바람에 목덜미가 서늘하여 잠시 근심도 사라진다! 이 하늘에 사방이 빛이듯이 이 드넓은 하늘에 바람은 보이지않지만 내 머리카락이 휘날리니 바람이 흩어진다. 바람이 몸을 씻기고 바람의 옷을 입고 바람에 안겨 바람에 흔들리고 바람에 눕다! 손끝으로 새는 바람에도 흔들림없소! 저 멀리 세상이 바람에 흔들려도 나를 흔들지는 않는다오! 곧 바람이 될까 하오! 바람을 따라갈까 하오! 바람은..... 바람이어라. -20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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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놓친 거미여... (詩)창작/시 2011. 5. 12. 12:18
줄을 놓친 거미여... -lumiere- 아직도 끝이 아니겠지요. 끝이기를 바래도 어딘지 모르고 흘러흘러 가다보면 끝이 보일까요. 마음이 쇠하니 잦은 망상과 공허감만이 나를 노리고 어지럽히네요. 머리속에 희미한 거미줄이 걸치적거리지만 슬금슬금 거미는 보이지 않고 어쩌면 내가 거미가 되어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나를 잡아삼키는 것은 세월도 아니고 그들도 아니고 스스로 친 덫에 가둔거죠. 보호하다 안주하고 숨어버리고 어둠과 그늘이 익숙해져버린 가여운 거미는 계산된 변명속에 공포를 견디고 숨죽인 채 그 날을 기다립니다. 눈부신 빛에 타들어가든지 세찬 바람에 날라가든지 툭 떨어져 줄을 놓친 거미는 먼지처럼 흩어지겠지요. -201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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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자리잡은 마음은 (詩)창작/시 2010. 10. 30. 19:34
마음속에 자리잡은 마음은.... -lumiere- 가진 것이 없어서 줄 것도 없는데 속상하기 싫어서 받기도 싫은데 쉽게 버려지지않으니 마음이 분열되어 백지가 되었지요. 기다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외롭게할까봐 외로와질까봐 말을 삼키고 감정을 달래려고 나를 죽였습니다. 주는 것을 좋아하시길래 굳이 제가 아니라도 받을 사람많기에 허망이 싫어 도망가려했건만 속이 빈 당신을 보고 아직도 제가 가진 것이 있나봅니다. 잘라버린 마음을 키워 마음을 준다면 마음속에 자리잡은 마음은 포개고 비추어 새 살이 돋고 이름모를 꽃도 피고 잎새가 바래도록 빛나는 열매를 바라보며 잠들 수 있을까요.... -201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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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었다.창작/시 2010. 2. 26. 20:08
거기 있었다. 이유없이 사랑하고 이유없이 헤어졌다. 사랑은 누구나 하지만 사랑을 지키기는 누구나의 것은 아닌가봐. 사랑은 누구나 한다고? 그 누구나도 못되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외롭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립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도 내게 말이다. 버림받은 사람은 또 버려질까봐 돌아올 수 없듯이 버린 사람은 잊었다할까봐 돌아갈 수 없다. 우연히 보았어. 너가 거기 있었다. 어떻할까? 갈까말까.... 차라리 미쳤다고 할까? 미쳤으니깐 용서할까.... 이런 생각이 이미 미친걸꺼야. 거기 있었다. 사랑할 때의 고통보다 이별할 때의 고통보다 거기 있어 더 고통스럽다. 거기 있었다. 미쳐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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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트라우마창작 2010. 2. 8. 15:07
-빛의 트라우마- 서로에게 몰입되어질 때는 세계는 잠적하고 우리가 응시하는 곳이 곧 세계이다. 당신의 영향이 내게 곧 빛이 되고 내 빛은 당신의 가슴을 관통하고 숨쉴때마다 빛나고 영원한 표적이 되어 만일 세계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트라우마로 존재할 것이다. 병마에 시달려 초죽음으로 살던지 세계의 빛에 초연하던지 기억을 재구성하던지 심장을 봉인하던지 만일 세계를 지키지 못할 때에 어쩌다 가슴끝이 시리면 무의식속 저편에 던져버린 내 가여운 넋이 하늘에서 서럽게 울 때이다. 2009/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