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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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은 재료의 갈등과 숟가락의 마찰이다.창작/미학 2010. 2. 12. 03:12
'고추, 그 맵디매운 황홀' 이라고 누군가 그랬다.비빔밥은 결국 소통의 의미이다.비빔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밥과 각종 나물이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하지만 대개 집에서 비빔밥을 비벼 먹을 때는 음식 재료를 갖추고 레시피의 균형을 맞추기보다 남아 있는 찬거리와 찬밥을 한 곳에 모아서 쓱쓱 비비고 만다.고추장과 참기름만 있으면 때로는 넘치는 재료와 부족한 재료를 적당히 섞어서 맛을 내주니 비빔밥은 재활용 음식이다.비빔밥을 위해서 새롭게 나물들을 사고 갖추는 것은 낭비일 뿐!비빔밥을 떠올리면 여럿이 모여 큰 양푼에 숟가락의 마찰이 연상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속 주인공의 설움과 스트레스를 표현할 때는 나홀로 비빔밥 장면이 삽입되곤 한다.그만큼 비빔밥의 이미지는 소통과 소통의 부재를 동시에 갖고 있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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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다.창작 2010. 2. 8. 15:33
꿈꾸다. 어릴때부터 일관된 꿈을 꾸고 있었다. 바퀴가 없는 자동차를 타고 내 발이 바퀴가 되어 달리고 있던지 혼자서 실내화를 신지않고 맨발로 시청각실 과학실을 찾아가고 있던지 무리를 따라가다 겉돌면서 홀로 버려지기도 하고 커다란 웅덩이를 모두다 건너는데 건너지못해서 불안해하는 어린 내가 있었다. 현실에서도 무엇인가 하고 있지 않으면 뭔가 삶에서 도태되는 기분에 아무것도 하지않으면서도 쫒기듯이 불안에 시달리면서 살아왔다. 선로에서 저멀리 기차의 경적소리가 들리므로 노선을 벗어나지 않고 쉼없이 달리는것처럼 그나마 불안감을 느낄 때는 삶의 의지와 욕망이 가득했을 때이고 지칠 때는 회의감이 들면서 삶이 구차하게 느껴질 때이다. 내가 어디로 가고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기때문에 이 길이 맞는것인지 뒤를 돌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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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창작 2010. 2. 8. 14:08
기다림 진달래꽃을 좋아하고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시를 좋아하고 슬픔이 체화되어서 슬픈게 슬픈지도 모르고 외로움이 외로운건지도 모르고 되도록 갈등의 기로에서 돌아 돌아 제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면서 사방에 기둥세우고 나를 가두었습니다. 사방에 기둥도 바람도 들어오고 빗소리도 들리고 사식 넣어주는 사람도 있고 어서 나오라고 손잡아주는 사람도 있고 내가 그들을 보기도 하고 그들이 구경꾼이 되어서 나를 훔쳐도 봅니다. 어둠속에서 빛이 들어오면 빛에 끌려 잠시 그 밝음이 감사하여 뛰쳐나가기도 하고 빛이 너무 부셔 가슴이 녹이 슬고 꿰메다 만 상처자국이 터져서 피를 철철 흘립니다. 기둥을 비집고 몰래 숨어 있으면 녹슨 파리한 가슴에 붉은 핏자국도 온몸에 번져 내게 말을 겁니다. 온몸을 동여매면 마치 미이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