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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의 반란
    창작 2010. 2. 9. 06:24
     
     

    지나치게 솔직한 친구가 있는데 시트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할까?


    어릴 때부터 무용으로 다져진 늘씬한 몸매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모를 소유했지만 내숭과 가식하고는 전혀 거리가 머니 스스로 "사람들이 난 입 열면 안됀대, 입 다물고 있음 어디가도 한 미모 하는데 입 열면 아줌마래" 그럴 정도로 미쓰 때부터 어투가 쫌 아줌마 스럽다.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놓는 친구기 때문에 그 친구 앞에서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보다도 허물없이 그림자까지 다 보여줄 수 있어서 참 편안하고 속 시원하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최근 답답한 일이 있어서 수다만 떨어도 반 쯤 해결이 되니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단 10분도 통화가 안되고 조금 이따가 전화하라고 계속 그런다.
    이 친구가 이렇게 바쁠 일이 없는데 도대체 왠 바쁜 척을 하는 거야?
    겨우 친구와 긴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일도 일이려니와 연애중이라서 바쁜 모양이었다.
    친구가 왜 연애중이라는 생각을 안했을까?


    애인은 결혼 생각을 갖고 만나기 때문에 조만간 상견례를 하자고 하는데 친구도 그 사람을 좋아하지만 선뜻 결혼 승락을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소개팅 대타로 만났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친구가 나이를 속이게 된 것이다.
    한 번 이혼 경력도 있는 친구라서 재혼 생각을 하지 않았으므로 현재 애인이 좋아질지 몰랐으니 연상이라는 것을 구태여 밝히지 않았다가 정이 들었다고 할까?


    둘이서 배타고 여행 갈 일이 생겼는데 남친이 티케팅하기 위해서 친구의 주민번호를 물어봤다 한다.
    당황한 친구는 말도 더듬어가면서 티케팅을 자신이 한다고 하면서 그 상황의 위기를 살짝 모면했으나 아마도 남친은 그 때쯤 친구가 나이를 한두 살 속인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언젠가는 나이 차이를 밝히고 헤어질 결심을 했으나 남친과 만나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으므로 차일피일 사정을 미루게 되었나보다.
    오랜만에 전화해서 친구가 바쁜 것이 연애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친구는 왠만하면 남자에 빠져드는 성격이 아니다.


    어떤 계기로 남친은 타인으로부터 친구의 나이를 알게 되었고 이혼 경력도 알게 되었으니 남친은 대단히 실망했고 분노했나보다.
    남친에게 "널 너무 사랑하지만 종종 헤어지자고 한 이유가 그런 것 때문이었어"
    그 때마다 정확한 사연을 모르는 남친이 친구를 잡곤 했단다.


    남친은 친구에게 뜬금없이 '누나'라고 하면서 술을 쳐자드시더니만 식음을 전폐하더니 이별 여행을 제안했다.
    1년 이상을 다정하게 연인끼리의 애칭으로 부르다 누나와 동생이라는 설정이 웃겼는지 친구는 그 대목에서 호탕하게 웃어 제쳤다.
    둘은 더 진지하게 사귀게 되었고 잘하면 결혼까지 간다.
    친구의 말이 더 웃긴 것이 애인이 자신의 부모한테 인사하러 가자고 했는데 "어 나 염색해야 해" 이 대목이었다.
    "나 요새 흰머리가 많아서...미치겠다"ㅎㅎㅎ


    언제부터인가 염색을 하게 되면 미용목적이 아니라 새치라고 우기고 싶은 흰 머리를 좀 감춰줘야 한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흰 머리는 더 나는 것 같고 머리카락도 잘 빠지는 것 같다.
    "나 요새 오징어 먹으면서 염색하잖아"
    친구가 한 마디 더 한다.
    오징어에 단백질 함유율이 높다고 하니 머리 덜 빠지라고 먹는 것이겠지!
    "오징어는 왜 먹는데?" 묻지 않아도 말 귀 다 알아들었다.


    물론 친구의 행복을 위해서 결혼하는 것을 원하지만 친구의 입장이 이해가 가니 "결혼을 하든 안하든 일단 애인한테 맘적으로 의지하고 즐거워 보이니 다행이네" 했다.
    친구가 남자 때문에 행복해 하는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에 친구는 그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애 낳으라고 하면 어떻게 해?"
    "글쎄 하나 낳으라고 하는데 걱정이다, 걔는 내 나이를 자꾸 잊어버리나봐"


    2시간짜리 영화를 3시간동안 떠들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정밀 묘사하는 친구가 비밀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솔직함이 무기였던 친구가 우연히 하게 된 나이의 비밀을 1년간이나 유지했다고 하니 어느덧 나이가 짐이 되는 그런 나이가 되어 버렸나보다.
    외국에서는 나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던데 외국에서 살아버릴까?
    더 나이 먹기 전에 올 여름엔 미친 척하고 핫팬츠도 입고 돌아다니고 캉캉 미니 좀 접수해볼까?
    에초티도 아니고 신화도 아니고 동방신기가 멋있어 보이는 것을 보면 세바퀴 아줌마들의 수다가 백분 이해된다.ㅎㅎ


    양 갈래 머리 묶는 것이 어울리던 소녀가 올림머리가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혼자서 거울을 보면 슬쩍 양 갈래 머리가 하고 싶어진다.


    후회하기 전에 올 여름엔 정말 돌아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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