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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의 片鱗
    창작 2010. 2. 8. 15:20

                                                                                                              

     

    1~2년에 한번 쯤은 소위 "철학관" 이란 곳에 가서 사주 궁합 토정비결 따위를 보곤 한다.
    그들은 그럭 저럭 내 삶의 이력을 제대로 훑어 주고 복채 값을 아깝지는 않을 정도로 성의를 표한다.

    어릴 때는 어른이 돼면 난 "무엇" 인가 될 줄 알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 "무엇" 도 되어 있지 않았고 언젠가부터 "무엇" 이 되겠다는 생각도 저만치 접어 버렸다.
    공통적인 맥락은 부모 형제 남편 자식 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ㅠㅠㅠ
    "애인덕도 없나요?"
    "니 덕으로 산다"....
    지금까지 쌓아온 내 공으로 내 덕으로 산단다.

     


     

    며칠 전에는 신이 내린지 얼마 안되어서 참으로 신통하다는 법사님을 만나러 택시를 타고 두어 시간 걸려서 귀여운 동생과 같이 갔다.
    서로 흡족해진 우리는 " 다방보다는 그래도 커피숍으로 가자" 하면서 외진 동네에나 있는 후진 커피숍에서 법사님의 말씀을 낱낱이 해부하기 시작했다.

    법사님은 나보다는 동생에게 훨씬 더 후했고 상냥했고 벅찬 미래를 보장했고 내게는 아찔할 정도로 인색했고 깍쟁이였다.
    50-60대로 보이는 까까 법사님에 대한 내 필은 그러하였다.
    동생은 본인도 신끼가 있는데 그 법사님이 남자이지만 언니 또래의 여인네가 들어온 것같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 법사님이 보통 여자에게 쓰이는 형용사 깍쟁이처럼 느껴졌던 것일까?



    남자 없이는 못사는 섹시한 동생에게는 주로 "남자"에 관한 썰을 풀었고 내게는 결혼을 해도 이혼할 팔자고 앞으로 결혼을 하던 말던 그 남자가 내게 도움이 안돼니 안하는 쪽이 좋다고 한다.
    (아마도 그  여인네는 동생처럼 남자를 무지하게 밝히는 여인네^^)




    이런 얘기는 숱하게 듣곤 했다.

    난 남자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면서도 이 점쟁이가 용한 점쟁이인지 어쩐지 테스트조로 늘 남자, 결혼에 대한 내 "인연 "에 대해서 일부러 던져보곤 한다.
    석연치 않다는 표정을 지은 내게 동생은 자신과 친한 "아마추어 언니"를 당일로 소개시켜주었다.
    그 언니는 (엄마신,동자신,?신) 3명이 교대로 들어와  더욱 더 기막히다는 것이다.
    동자신이 들어오면 애기처럼 굴면서 내 몸에 걸치고 있는 악세사리를 달라고 한다는데 아끼지 말고 주라고 하는데 아마도 복채 대용인가보다 했다.
    정말 다행히 오늘 따라 돈돼는 금부치는 전혀 걸치지 않았던 것이다.^^

     



    동생은 생각났다는 듯이 혹시 망가진 컴퓨터가 있냐고 물었고 현재는 노트북을 주로 사용해서 다행히도 사용하지않는 데스크탑이 있었고 "무당 언니' 한테 컴퓨터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난 좀 많이 착하다)
    (동자신이 들어와 애기짓도 구경하고 재밌겠는걸 ㅎㅎㅎ)

    "동자신이 언제 오는건데?도대체..." 
    속으로 되뇌이면서 무당 언니를 관찰하는데 동생이 핸드폰 문자로 살짝 엄마 신이 들어왔다고 한다.

    아까 법사님도 복채를 건네자마자 "엄마가 우네" 했었다.

     



    컴퓨터를 줘야 하므로 "아마추어무당언니"를 우리 집에 데리고 왔었는데 정말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쩌다 tv에서 "엑소시스트"를 보면 나오듯이 그날 우리 엄마가 무당 언니 몸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한바탕 통곡의 마당극이 끝나고 그 무당 언니는 평정을 찾은 상태에서 돌아가신 엄마가 생전에 목소리가 크고 싸나왔나보다 한다...
    생전 엄마의 애증이 해소되어져야 할 숙제가 있으므로 내게는 동자 신 대신 엄마 신이 들어왔나 보다.

    며칠 후 동생이 다시 놀러 와서 무당 언니의 메세지를 던져주고 갔다.

    남자에게 관심 없다는 것을 모르는 동생은 단지 그 무당이 용한지 어쩐지 알기 위해서 물어보는 질문 중
    에 하나인 "제게 남편 복이나 결혼 복이 있나요?" 라는 타성에 젖은 질문에...

    동생 본인 스스로 안타까왔는지....

    언젠가는 돈은 없지만 마음만큼은 착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돈은 없다ㅠㅠ)

     



    하늘에 계시는 우리 엄마도 끄잡아 댕기는 영통한 그녀가 말하는 "남자" 나 "결혼" 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시집 못가 안달난 노처녀쯤으로 보여서 위로 섞인 조언인 것인지....
    아니면 이 쪽에서 적당히 해석해서 "인연"이나 "배필"을 그리 표현한 것인지...

    잘모르겠다.

    "아는 동생" 만 아니었다면 용한 "무당 언니"한테 커밍아웃을 한 뒤에 그녀의 반응을 보련만 위험 천만한 짓은 천부당 만부당이길래 쿨하게 짐덩어리 데탑을 없애준 것을 속시원하다 생각하고 그렇게 한 여름의 에피소드로 넘겨버렸다.
    재밌는 것은 그들 중에 몇 명은 나더러 "절"에 다니는 것이 좋다 한다.

    제법 맞는 말이다.

    법사는 내가 그들처럼 그런 공부를 할 수도 있는 팔자라 했고 그 "아마추어언니" (차려놓고 보는게 아니라 지인들만 가끔씩 보고 아주 나중에 차린다함)는 내가 비구니가 되어 춤을 추고 예술을 할 팔자였다 한다 ㅎㅎㅎㅎ

    이런 말을 들을 때 저절루 미소를 짓는다.

    정말 맞다....

     



    그런데 그러기에 나는 너무나 너무나 물질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끌어 안고 사는 내 습성!
    하다 못해 옷을 사면 상표도 모아 두고 선물 상자의 리본도 못버리고 마트에서 준 애들이나 갖고 노는 캐릭터 스티커나 전 앤이 흘리거나 두고 간 쪽지나 자질구레한 흔적들을 여전히 치우지 못한다.

    가끔 자살 충동을 느끼는데 그 충동을 억제시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애인도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아닌 나를 둘러싼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소소한 일상적인 물질들 (시디,화장품,인형,사은품으로 받은 접시,비치웨어,킬힐,그리운 사진, 미니어쳐비너스,스탠드...)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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