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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석비빔밥'에 가장 빛나는 보석 이일민
    tv/스타 2010. 2. 6. 20:51

     

    한번 뜬 스타는 기용하지 않는다는 임성한 드라마를 보면서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이번에는 '누가 무명에서 인기스타가 될 것인가?' 하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다.
    눈에 띄지 않던 고나은이 우수상을 받았다고 하니 임성한은 드라마 제목 그대로 숨어있는 돌을 보석으로 연마시킬 줄 아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처음에 소이현이 여주인공이라고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는 듯 했는데 고나은이 상을 받았으니 그만큼 고나은을 여주인공으로 내세우기에는 그녀의 이름값이 약했음은 분명하다.



    임성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 조연급들의 활약이 그저 조연급에 머무르지 않고 주연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드라마의 전개에 개입하고 각자의 캐릭터의 완성도가 높다는데 있다.
    현실에서 있을법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의 등장과 연기 고수인 그들의 연기력과 에피소드는 진부하게 느껴지는 할머니 상에 대한 인식을 깨고 극에 활력을 불러일으켜준다.
    연기자 스스로도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 더 즐겁게 촬영을 하지 않았을까 예측해본다.
    그래서 한혜숙이 임성한을 사랑한다고 했고 연기 인생에서 품위를 던지고 심하게 망가지는 캐릭터 푼수엄마 역을 기꺼이 맡았을 것이다.


    구태의연하고 뻔한 드라마는 재미없어서 보고 싶지 않다.
    식상한 내용을 갖고도 전혀 식상하게 만들지 않는 드라마 작가가 임성한이다.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속물근성이 가득하고 노골적으로 돈을 밝히고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표출하기 때문에 오히려 식상하지 않고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연기자 하나같이 전부 보석이지만 보면 볼수록 숨어있는 진주 하나가 자꾸만 눈에 들어오고 그 이미지가 확대되는 연기자가 있다.


    철없고 문제투성이인 부모 때문에 궁가네는 형제의 우애가 두텁고 깊어서 형제간의 갈등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데 비로소 형제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한다.
    드디어 재벌가와 사돈이 되어 가문의 영광이 될 수 있는 기회로 궁가네 가족들 모두 환호의 절정을 맛보는 순간 그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리는 막내 호박!


    어떤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만큼 호박은 그동안 사춘기 청소년답지 않게 반항 한번 없이 모범생이었고 말 잘 듣는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한참 멋 부리고 폼 잡을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목 늘어진 티셔츠에 몸빼를 입어도 호박의 핸섬하고 빛나는 외모와 재능과 끼는 값진 보석과 섞여 있어도 자체발광이 심할 정도이다.
    누가 봐도 비취는 탐낼만한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마가 선뜻 며느리로서 결정할 수 없게 만들만큼 막내 호박의 존재감은 가히 극의 전개를 바꿀만하다.


    만일 이일민이 호박의 역할이 아니었다면 겹사돈의 설정은 더욱 억지스러웠을 것이다.
    작가의 역량으로 연기자의 재능과 잠재력을 백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옷을 입혔을 때 제대로 살리느냐 살리지 못하느냐는 연기자의 몫인데 작가의 의도 이상으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 연기자가 바로 호박이 이일민인 것이다.
    로마의 막내딸에 대한 애정과 염려로 인해서 일찌감치 호박을 사윗감으로 눈여겨보고 있다고 하지만 호박이가 그저 그런 보석 정도로 여겨진다면 어찌 궁비취에 견주겠는가?
    재벌에게는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것이 보석 아니던가?

    돈 주고도 쉽게 살 수 없는 보석이기 때문에 로마의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고 말 안되는 내용을 말 되게 풀어가는 것이 드라마의 묘미라는 임성한의 욕망을 제대로 채워주는 인물은 이일민인 것이다.


    한번 써먹었던 겹사돈의 설정으로 내용이 식상해질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겹사돈의 설정을 보석비빔밥에 끼워 넣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로 형제간의 갈등이 그동안 빠져 있어서 밋밋하기조차 했던 가족의 애환을 제대로 그리고자 하는 의도이며 둘째로는 고딩이며 막내이기 때문에 보석 사이에서 쉽게 묻힐 수 있는 호박의 캐릭터를 재구성해보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호박이 부잣집 딸에게 접근하는 이유는 둘째 루비와 별반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속물형제답게 자신이 희생해서 가문의 영광을 일으키겠다는 갸륵한 형제애에서 시작되지만 루비는 의사 애인을 진정으로 사랑까지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루비는 애인 엄마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호박은 애인 아버지의 지지를 받기는 하지만 다른 점은 호박은 첫 의도와 달리 점차 끝순의 매력에 빠져들고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영국은 비취에게 득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만 기꺼이 사랑하고 싶어하고 엄마의 치매로 연인에게 피해를 줄까봐서 포기하려고 했으나 비취는 오히려 영국에게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영국의 사랑을 당당하게 받아들인다.


    마찬가지로 호박도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 끝순에게 끌리면서도 반면에 끝순이의 결핍을 누구보다도 이해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다고 여긴다.
    몸빼를 입어도 작열하는 매력의 소유자이며 막내이기 때문에 잘난 형제들에게 치우쳐서 억제될 수밖에 없는 호박의 숨겨진 욕망과 자질은 끝순과의 결합으로 그를 드라마의 외곽에서 중심부에 끌어올리고 지금까지의 내용에 반전의 묘미로 자극한다.
    할머니도 수영복 입을 수 있고 젊은이들만 한다는 삼각관계도 등장하고 적극적으로 드라마의 전개에 핵심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데 어찌 고딩의 사랑이 결혼 적령기 성인들의 사랑보다 덜 진지하고 덜 심각하겠는가?


    로마의 눈에는 아들 영국은 완벽한 인물로 설정되므로 얼마든지 일등 신부감을 취할 수 있으므로 부인이 아프지 않았다면 며느리감으로서 비취의 매력이 좀 더 반감될 수도 있지만 결점이 많은 딸 끝순이에게 호박의 매력이 사윗감으로서 더욱 더 호감일 수 있다.
    그래서 이성적인 판단으로 비취보다 호박의 손을 들어준 것이고 ‘형제의 난’에서 막내 호박이가 장녀 비취에게 승리한 것이다.
    끝순이가 로마에게 “호박이가 아빠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지 않나요?” 한다.
    “나보다 백배나 낫지” 라고 로마가 말한다.


    설령 백배 정도 나을 리는 없지만 그만큼 로마는 호박에게서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을 투사했고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이다.
    과연 호박이라는 인물을 이일민이 맡지 않고 다른 연기자가 맡았다면 작가가 아무리 연기자를 포장하고 미화시킨다 해도 가능했을까 의문스럽다.
    망가지는 철없는 엄마 역할 잘하는 연기자가 많지만 40년간 품위있는 역할만 하던 한혜숙이 연기했기에 그 의외성이 신선했고 알콩달콩 다투는 할머니 역할에 김영옥 정혜선이 살려주었기에 상까지 받았다.


    비취나 루비 산호 역을 다른 연기자가 했어도 무난했을 것이다.
    하지만 호박 역은 다른 연기자가 했다면 드라마의 줄거리가 이런 방향으로 흐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로마의 입에서 “백배 낫지”이런 말은 못했을 것이다.
    미소천사라고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는 매력적인 훈남 산호가 호박에게 묻히고 말았다.
    각자의 독특한 매력과 자체 빛을 발산하는 보석이 비벼져서 조화를 이루고 일품식인 비빔밥이 된다는 것이 애초에 어불성설이다.
    호박만으로도 충분히 스페셜이 될 수 있기에 비빔밥의 부가적인 재료가 되기에는 호박이 아깝고 차고 넘친다.


    노이즈마케팅과 문제를 야기시켜 시청률과 매치시키는 것에 선두주자인 임성한이 튈 수 밖에 없는 호박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서 몇 회 남지 않은 보석비빔밥을 제대로 비벼서 일품 요리로 만들지 뷔페식으로 끝낼지가 드라마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맛있으면 그만이다!


    보석비빔밥의 최대 수확은 호박이지만 호박은 임성한이 아니더라도 뜰 수 밖에 없는 스타성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임성한의 손을 이미 떠났다고 할까?
    그래서 임성한이 제대로 발굴한 보석은 고나은이고 궁비취의 손을 들어줘야 맞을 것이다.
    비취의 손을 들어줘야 산호의 존재도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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