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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석비빔밥의 '위험한 여주인공 고나은'
    tv/스타 2010. 2. 6. 20:55





    친할머니 결명자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결벽증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것에 비해서 궁비취는 이름도 생소한 조류공포증이 있다.
    조류공포증이 된 원인이 엄마한테 있다고 하면서 부모를 쫒아낼 때 엄마한테 따지지만 프로이드식으로 접근하면 조류공포증은 남근공포증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산호를 찾아온 강지를 처음 보고서 비취는 엉뚱하게 아버지 궁상식의 정부쯤으로 연상을 하는 장면이 있고 회식 자리에서 김 피디의 추태에 지나치게 반응을 하고 사표까지 쓰고 마는데 만일 루비가 당했다면 그런 식의 반응은 없었을 것 같다.
    빈털털이라 하더라도 영국의 젠틀한 매너를 보고서도 지속적으로 경계하고 지나치게 쌀쌀맞고 더욱 가관인 것은 막내 호박이 끝순이 아버지가 자신한테 호감을 표했다는 말에 호감이 아니라 떼어놓기 위해서 우회의 표시로 잘해주는 것뿐이니 착각하지 말라고 말해서 호박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사랑하면서도 영국의 진심을 왜곡해서 해석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비취 자신이다.


    보석비빔밥에서 끈임 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사건을 만드는 인물은 철없는 부모와 극성맞은 할머니인 것 같지만 드라마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핵심적인 사건을 만드는 인물은 그들이 아닌 여주인공 비취 자신인 것이다.
    하지만 비취는 반듯하고 오지랖 넓은 착한 심성과 극중 작가답게 이론으로 무장되어 있어서 사건의 축에 서있지 않고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해결사처럼 장한 맏딸의 역할로 설정된 것처럼 포장되어 있다.


    현실적인 루비는 자신을 배신한 의사의 지극정성에 감동받고 흔들리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비취는 자존심을 내세워서 의사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말라면서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루비가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카일이 있으므로 상관없다는 것을 시청자들은 다 알고 있지만 솔직히 현실에 카일은 절대적으루다가 없는 것이다.
    결국 루비는 비취의 조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이 드라마에서는 먹히는 일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드라마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콤플렉스 덩어리다.


    가난하고 복잡한 문제가 쉬지 않고 펼쳐지는 가족의 가장으로서 동생들의 지지를 받고 배가 산으로 가지 않게 선장의 역할로서 제대로 핸드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임성한이 포석으로 깔아둔 배경과 든든한 인물들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는다면 가족들이 비취의 말대로 의지하고 따른다면 현실에서는 파도와 암초에 부딛쳐서 제대로 작살일 것이다.
    엄마 피혜자의 말대로 ‘까불다가 큰코 다치고 제 꾀에 제가 넘어갈 것이다’ 딱 그 말이 어울리는 비취이다.
    덕분에 완벽했던 신랑감이 이태리의 치매로 덜 완벽해지게 된 영국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되는 것일까?
    말이 씨가 된다고 영국과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동기도 치매의 가족 또한 고달플 것이라는 그 말 때문에 영국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무슨 일이 생기기도 전에 언제나 초치는 인간은 궁상식이나 피혜자가 아닌 비취 자신인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재밌게 느껴진 점이 만일 비취 역을 고나은이 소화하지 않았다면 여주인공 비취는 제대로 밉상일지도 모른다.
    혼자만 고상한 척 양심주의자이고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부모를 내쫒는데 최전방을 맡고 있고 속물근성이 제대로 박혀 있어서 밉지 않은 루비에 비해서 어쩔 때는 너무나 가식적이기 조차 하다.
    정말 웃겼던 것은 혼자 잘나서 의사도 되고 검사가 되어봤자 ‘개천에서 용’이라면 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면서 동생들을 개룡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대목에서였다.
    그 말을 듣던 영국은 속으로 “이 여자 정말 괜찮은 여자다”라고 했지만 개룡이 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비취는 이성적이고 현명하고 따뜻한 캐릭터가 아니라 모든 사물과 현상을 왜곡되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고 비현실적이고 극도의 이상주의적인 소녀적 감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에 불과하다.
    매사 어른을 가르치려고 드는 되바라진 비취를 누가 봐도 호감형이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고나은이 소화하지 않았다면 비취는 매력적인 여주인공 캐릭터가 아니라 짜증 제대로인 신경질적인 여주인공으로서 주인공 없는 산만한 드라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 하더라도 임성한은 또 다른 카드를 내놓았겠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든지 기발한 방식으로 시청자를 드라마에 묶어두는 힘은 어떤 작가도 따라올 수 없고 드라마에 각종 실험으로 진부한 내용을 참신하게 포장하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어 가히 드라마 역사상 유머스러운 혁명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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