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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림에 대한 상상미학(7)
    창작 2010. 2. 8. 12:57
     


    #.느림에 대한 상상미학(7)   
     
    운동 신경이 둔한 편이라  달리기는 맡아 놓고 꼴찌였는데 패자 부활전이라고 꼴찌들의 집합에서도 꼴찌였으니 그 꼴찌들 모처럼 꼴치 면피했을 것이다.
    달리기만 느리고 다른 사자성어는 다 잊어버려도 '과유불급'을 모토로 삼을 정도로 넘치도록 빠른 편이다.


    유독 손만 빠른 편인데 특히 빠른 것은 손 동작이라서 채팅창 4개 깔아도 대화자 절대 지루하지 않고 회사에서도 한 손으로 전화기붙들고 옆손으로 기록하고 동시다발성으로 일처리하는 편이다.
    해야 하고 하기 싫은 것은 빨리 처리하고 그렇다면 남아도는 시간에는 시간을 늘려서 하고 싶고 안해도 되는 것, 남들은 할 수 없는 것들을 느리게 한다.

     

    남들이 하는 말이 있다.
    "눈치가 너무 빨라"
    눈치가 빠르다는 것은 좀 경박한 표현이고 필자는 감각적이거나 직관력이 뛰어난 편인데 아마도 곤충처럼 더듬이를 달고 태어났거나 센서기를 부착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빠름의 미학'이었다면 빠르기가 더 강하니깐 진짜 빠르게 진도나갈 수 있는데 '느림의 미학'이라 생각도 느려지네^^

     

    솔직히 느려서 좋은게 뭐가 있는데?

     

    4년 전 일본 언니네 갔을 때 안간다고 뻐대니 컴퓨터가 없으면 생활의 지장을 받는 나를 위해서 ADSL을 신청해준다고 했다.
    동경 시내에 살고 있으면서도 인터넷 전화 접속이었고 언니 말만 믿고 갔는데 여전히 전화 접속이라 도로 갈려고 했더니 신청한지 보름이 넘어야 설치 기사가 온다 했다.
    선진국이 뭐 이러지? '했더니 그만큼 꼼꼼한거라나.
    "한국 인터넷 접수당일 설치해도 문제없거든"

     

    질렸다 일본!
    TV에서 지진 경보가 실시간 알려주는데도 창문 와꾸가 어찌나 딱딱 맞는지 덜컥거리는 법 없는 것은 겨울 철만 되면 창문 틈새로 바람도 들어 오고 여름에 모기도 들어 오고 그런것 보면 일본의 느린 장인 정신은 확실히 고급스럽다.

    감각적인 편이라 필이 빠른 편이니 남들이 모르는 것을 빨리 캐취할 수 있어서 여유가 생기니 행동은 느릴 수도 있다.

     

    그렇다.
    느림은 여유의 미학이다.
    서양화는 빈틈없이 꽉 채우지만 동양화는 빈틈이 많아서 언제나 감동의 여운을 남기지 않는가?
    서양화는 우리에게 그다지 상상의 여유를 주지 않지만 동양화는 여백의 공간에 우리의 몫을 남겨 둔다.
    게임을 할 때도 다혈질은 수가 다 보이지만 여유를 부릴줄 아는 포커페이스의 승률이 더 높다.
    미녀가수는 빨리 등장하고 인기가수는 느리게 등장한다.
    신입사원은 잽싸게 인사하지만 경영주는 뒷짐지고 느리게 웃는둥 마는둥한다.

    느림 갖고 책도 한 권 쓰겠네.

     

    빠르기 때문에 했던 실수를 예시로 들고 느림미학을 느리게 내려나야겠다.

    연애할 때 감정 기복이 어찌나 빠르게 도는지 애인이 빈 틈을 주고 무심해 있으면 금새 삐져서 우리는 헤어져야만 한다고 멜을 보냈다.
    멜 보내고 10분 후에 애인에게 전화가 왔다.
    멜 안봤겠지? 좀 더 기다릴걸....
    이렇게 후회하면서 연애의 진상을 다 떨고 변덕스럽다고 채였다.ㅠㅠ

     

    좀 더 둔하고 느리게 생각하고 느리게 행동했다면 가벼워보인다는 소리도 듣지 않았을테고 차지도 않았고 채이지도 않았을텐데....

     

    어떻하면 느려질까?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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