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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낚시 초짜는 무슨 짓을 하고 있나?#.4
    창작 2010. 6. 1. 14:18


    힙합님이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해서 냉큼 들어갔더니 어떤 남자가 이미 자고 있으나 모르겠다.
    '집나오면 개고생이지'
    낚시에 대한 집념과 각오를 새삼 결심하면서 누웠는데 힙합님도 들어 와서 셋이서 자게 되었는데 어쩌면 미늘님이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눈을 뜨니 힙합님은 낚시하면서 더 자라고 하니 지금은 고기 잡힐 때가 아니라 한다.

    다행이다!

    고기 잡으라고 할까봐서 겁났는데 또 잠을 자니 이제 일어나서 회를 먹으라고 하고 회 먹고 고기 잡으라고 할까봐 걱정인데 또 자라고 하고 솔직히 추워서 얼어 죽을것 같았고 줄 감는 연습하는데는 시간이 충분하다.

     

    아! 이렇게 잠만 자면 안되지, 이번엔 공짜가 아니고 회비도 냈잔아!
    회비 생각하고 줄 감고 미끼 물리고 내 낚시대를 곰곰히 쳐다 봤는데 이 집 저 집꺼 다 둘러 보니 가볍고 새거에다가 윤기도 나고 짙은 레드빛에 무지 이쁘게 생겼다.
    힙합님이 안목이 있어 내 취향을 알고 고른건지 처음으로 생긴 내 낚시대라서 그런건지 정이 드니깐 무지 마음에 드는거다.
    화장실! 용서해주자!


    미늘님이 초컬릿바도 주고 어느새 타짜답게 선글라스도 척 걸쳤는데 힙합님 말로는 대어도 건지고 잘 한다고 하지만 나는 자느라고 못봤다.
    나만 잘하면 된다!

     


     

    낚시가 무슨 연싸움이냐고요?
    힙합님 낚시줄에 내 낚시줄을 걸어서 미끼끼리 엉키고 봉돌 없애고 난리를 치고 있는데 정말로 의도하지 않은 전쟁이다.
    미치겠다.

     

    이때 선장님이 밥 먹자고 해서 1차대전은 끝났다.
    하트 모양 화장실이 정면으로 보이지만 바다낚시의 집념은 화장실 그까이꺼 안중에도 없고 동침도 했는데 뭐!

     

    달콤한 커피에 추위도 물러 가고 갈매기가 깨룩깨룩 거리면서 헤엄치는 것을 보니 마검포항에서 못보던 광경이 펼쳐지고 엄지 손가락 바위도 보이고 안흥항만의 매력이 있다.

    고기 안잡아도 등 따습고 배 부르니 만족감에 취해있는데 힙합님은 오늘 조황이 별로라고 한다.
    조황이 별로이건 말건 어차피 상관없다.

    쿨러도 없는데 뭐!


     

    '정출가서 고기잡을거야'

    그래도 회는 조금 더 먹고 싶어서 초고추장을 한 접시 덜어서 힙합님 앞에 갖다가 났다.
    "고기 잡아주세요"

     

    방패연이냐? 꼬리연이냐? 가오리연이냐? 태극연이냐?

     

     

    아무래도 낚시가 아니라 연 날리기 대회에 갔으면 장원은 따놓은 당상이다.
    힙합님한테 감정도 없는데 내 낚시줄이 힙합님한테 또 엉켜 붙어 너무 미안해서 얼굴도 못들겠고 이번엔 대형 사고인지 힙합님도 난감해하니 미늘님이 중재를 나선다.ㅠㅠ
    힙합님은 나때문에 낚시 꼬이기 시작한다.

    또 줄이 바다에서 잡아 땡기는 것을 보니 어딘가 엉켜 붙은 것이 틀림없다.


     

    이제는 안다. OTL
    줄이 지멋대로 끌어 댕기면 어디선가 접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나 다 뗐따.

     

    초고추장은 왜 또 힙합님 앞에 척 갖다놔서 엉킨 줄 풀려다가 힙합님 낚시복에 쳐바르게 하냐고?
    내가 안그랬다고 하고 싶지만 스크롤 올려봣!
    (내가 그랬다)

     

    미늘님 갑자기 번개처럼 날라왔다.
    또 사고쳤나보다.
    사고쳤는지도 모르는데 사고가 쳐져서 (바다 감상한 것 뿐인데)미늘님이 내 낚시줄 풀어 해치고 있고 아마도 힙합님은 지쳤나보다.
    (속으로 나하고 절대 동선하지 않겠다고 맹세할런지도 모른다)

     

    어쩐지 앞으로 마검포항만 다니라고 하더라!

     

    9일 정출을 취소해야할런지도 모른다.

    힙합님한테 미안해서 자세를 바꾸고 화장실 쪽으로 기어 가서 되도록 멀리 멀리 줄을 풀다 감다 하지만 사실 줄이 그리로 가서 방향 바꾼 것이다.

    저만치 갔는데 힙합님이 기도했는지 이번엔 힙합님 우측에 있는 미늘님 낚시대하고 엉켜버렸다.
    (그래 니가 인간이면 힙합님만 괴롭히면 안되지!)

     

    미늘님은 뭐 고기도 낚았지만 밧줄도 낚았는데 한번 쯤은 내 낚시대하고 엉켜 줘야지 뭐! 그래 그래! 잘한다 뤼미!
    미늘님하고는 처음 엉켜서 이제 안미안하다.
    민폐도 단련이 되는 것이었다.

     

    힙합님이 형이라고 부르는데 친구라고 불러 달라던 낚시점 주인(?)도 있었다.
    장갑도 주시고 베지밀도 주시고 오징어만 줄줄이 달아서 고기가 안잡힌다고 투덜대면서(왜 내 낚시대를 보고 투덜대는지?)미꾸라지도 손수 끼워 주시던 너무나 고마운 그 분한테도 사고 쳐줬다.

     

    우리 일행이잔아!
    내가 사고 안치면 섭섭하시잔아!
    그래서 쳐줬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양심은 있다
    저~멀리 있는 하등 관계없는 낚시꾼들에게까지 방해는 하지 않았으니 구석에 짱박혀 있기를 다행이다.

     

    연날리기 장원 뤼미에르님 만쉐! 만쉐! 만쉐!


    술 마셨다면 어지러워서 그랬다고 변명이나 하지 큰일이다.
    이제 아무도 내 옆에서 도우미 자처하면서 낚시할 사람 없을 것 같다.

     

    고기를 낚고 뭔 사람을 낚아?
    낚시줄만 낚으러 다니더라.

     

    이래도 정출을 가야겠습니까?

    (집어쳐!)

     

    9일 정출 회비 돌려주세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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