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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삶/신경증 2010. 3. 5. 04:13


     

    그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루시드 폴-


    홀로 버려진 길 위에서 견딜 수 없이 울고 싶은 이유를
    나도 몰래 사랑하는 까닭을 그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왜 사랑은 이렇게 두려운지 그런데 왜 하늘은 맑고 높은지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까 그냥 또 이렇게 기다리네
    왜 하필 그대를 만난걸까 이제는 나는 또 어디를 울면서 가야할까

    왜 사랑은 이렇게 두려운지 그런데 왜 하늘은 맑고 높은지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큰 방 문과 통하는 다용도실 문을 환기시킬려고 문을 연 채 외출 1박하고 돌아왔더니 온도계는 무려 17도 였다.
    비가 스치고 지나가는데도 천안은 서울보다 따뜻한 햇살과 유머와 안락함이 묻어 나왔다.

    친구 신랑이 천안이 전국에서 경기가 가장 좋고 앞으로도 좋아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친구 부부는 앞 좌석에 탔고 그들의 딸과 내가 뒷 좌석에 탔는데 친구의 신랑은 자신의 어린 딸을 친구가 내게 맡긴 것이 좀 불안한가 보다.
    내가 불편할까봐서 염려하나 보다.

    한나절을 돌아다니니 친구의 딸과 내가 제법 친해졌다.
    "나 애들 좋아해. 오직 우리 조카 보고 싶어서 장난감 사서 일본에 가고 했어. 뱅기타고 어린 조카 나 혼자 데리고 오기도 했어"
    안심하라고 몇 마디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딸이 앉아서 꾸벅꾸벅 조니 친구가 내 무릎 위에 눕히라고 주문했다.
    벌써부터 그러고 싶었지만 어린애 잠을 방해할까봐서 조심스럽기만 했고 친구 신랑은 히타를 키니 친구는 냉체질이라서 히타끄라고 한다.
    친구 신랑은 '애가 자니 추울까봐' 걱정되는 듯 뒷 좌석을 돌아본다.
    딸을 무릎 위에 눕히고 내 가죽 코트로 이불 삼아 덮어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친구 신랑은 비로소 안심이 되었나 보다.
    하긴 몇 시간 전에 이런 말을 했었다.
    "너도 애가 흘린 밥알 줏어먹고 먹다 남은거 니가 먹고 그러니?"
    그 때 두 부부가 웃었다.

    친구 집에 도착하기 전에 마트에 내려서 술 좀 사오라고 친구가 신랑한테 부탁한다.
    저녁을 먹고 친구 신랑은 외출했다.

    오징어와 딸기 바나나 카스를 놓고 우린 취해가면서 몇 년간의 공백을 메꾸면서 웃다 울다 했다.
    새벽에 돌아온 친구 신랑은 왠지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다르다.

    결혼식 사진 촬영때부터 쫒아 다녔고 과묵한 친구 신랑이 내게 와이프의 친구로서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오늘 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자신의 어린 딸에게 친이모처럼 다정하고 사랑을 주고 그 아이가 나를 따르니 딸에 대한 부성애로서 와이프 친구가 고마왔나보다.

    다음 날
    친구의 아들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하고 친구는 단 것을 먹이면 안좋으니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아서 내가 사가지고 왔다.
    "아휴 그냥 먹여."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니 큰 딸이 내 볼에 뽀뽀를 한다.
    아들도 덩달아 뽀뽀를 해준다.
    아까는 뽀뽀하라고 하니 딸애만 간신히 해주더니 아이스크림 덕에 뽀뽀를 받았다.

    뽀뽀갖고 좋아하는 나를 보니 친구도 즐거운지 아이스크림을 맘껏 먹도록 냅둔다.
    만화 영화 소리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이라 사방팔방 무지 시끄럽다.
    내가 애들을 막 재우려고 하니 친구가 "왜 니가 애들 재울려고 해?"
    "어 오랜만에 만나서 너하고 수다떨어야 하는데 정신이 없어. 나중에 나 자리잡고 너 바쁘거나 좀 편해지고 싶을 때 딸애만 보내, 내가 봐줄게.한 애만 없어도 좀 편하겠다.
    "고모가 봐준다고 해서 이사왔는데도 봐주지도 않고 부탁도 안했어...."

    친구가 애들을 방에 데리고 가서 재운다.
    정말 집이 조용해졌고 거실에서 우린 뒹굴 뒹굴 세월을 얘기했다.

    행복한 가정,행복한 주부....
    "좋아보여서 너무 좋아"


    친구 딸은 아프다.
    그날 술 마시면서 울컥해서 나도 울고 친구도 울었다.
    "너무 늦게 난 아이라서 하나만 낳고 말려고 하는데 아이가 아파서 일부러 작은 애를 낳았는데 다행히 건강했지.애 낳고 3달 동안 정신 병원에 다녔어"

    그래서 갑자기 지방으로 내려간 것이었고.
    "부부 싸움도 하니"
    " 신랑은 아들을 내가 더 돌본다고 그러지 말라고. 근데 노상 딸애랑 병원이든 더 돌봐줘야 하니 오히려 작은애가 안쓰러울 때가 있어"
    "돈 많이 벌어야겠다. 아들애가 누나를 잘 봐줘야 할텐데,우리 다 죽으면...."
    "아니, 난 단 한번도 아들한테 누나 보살피라고 말 한 적도 없고 하지 않을거야.그 애한테 짐주기 싫어. 우리가 없어도 그건 딸 인생이고 왜 아들한테 짐을 지우니"
    "어,무슨 영화보니깐 부모가 아픈 애만 돌보니 그 형제들 또한 소외감으로 힘들어하고 그러더라. 니네가 낳았으니 니네야 딸 몫을 갖고 가야지만 아들은 무슨 잘못이니..."

    딸하고 아들하고 되도록 똑같이 잘해주려고 하는데 친구 신랑은 딸에게 더 잘해주라고 하고 친구의 애정 나누기 방식이 못마땅할 때가 있나보다.
    친구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나까지 니 신랑한테 아까 찔리고 괜히 눈치 보였어,...힘들고 애들한테 지치면 나한테 딸애만 하루 이틀 보내.정말이야. 울 엄마도 노년에 애 보기 알바 해서 엄마 바쁠 때 몇 시간씩 내가 봐주고 했어.



    계약하는데 친구가 내 언니처럼 참견 다해주고 꼼꼼히 살펴 준다.
    무언가 부탁하는 것을 싫어하고 애들도 있고 해서 혼자 가려고 하는데 부부가 같이 든든하게 따라와 줘서 낯 선 곳에서 힘이 되었다.
    우울증이 심해서 한동안 내가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고 친구네 부부는 그들의 사정으로 우리는 몇 년간 연락을 잘 못하고 지냈었다.
    "서울에서 살아서 그런지 정말 서울이 싫고 왠지 지방을 동경하는 맘 알아요?"
    "전 지방에서만 살았고 잠시 서울에서 살았지만 그래도 지방이 좋아요. 지방 사람들은 정이 있거든요."
    어젯 밤 새벽에 집에 온 친구 신랑이 말한다.

    그래 서울에서 우린 이웃 주민이었지.
    몇 년이 흘러서 우리 또 이웃 주민이 되어 버렸다.
    천안과 안면도는 180키론데 도로 사정이 안좋아서 2시간 걸리지만 앞으로 더 가까와지겠지.

    사실 서울과 천안이 더 가까운거지만 마음의 거리는 충남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더 가까운 것 같았다.
    "대박 날거에요"
    친구 신랑이 그런다.
    "인권비도 줄이고 잘 안될 때를 대비해서 너무 투자 많이 하지마" 친구 왈
    "얘는~ 긍정적으루다가 생각해.니네 신랑이 어젯 밤 그랬잔아. 나 대박 난다고, 천안이 중심권이 되었대매..."


    그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다.
    왜 삶은 이렇게 두려운지 그런데 왜 하늘은 맑고 높은지
    그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우울증......
    무섭다.
    친구도 잊고 있었다니....

    방 안 온도가 20도다.
    (이 글은 곧 지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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