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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맞고 싶은 쿨티뷔
    시사 2010. 2. 6. 20:57

    입사지원서를 낸다는 것은 반드시 입사하고 말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열심히 다니고 있던 썩 괜찮은 회사를 단지 자존심 상해서 관두는 경우도 많다.
    하물며 입사지원서 한번 냈다고 해서 채택되어지면 고맙고 채택된다하더라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좋은 직원을 선택할 권리가 있듯이 직원도 좋은 회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양방간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어떤 회사든지 사규 방침이 있을 것이고 그 사규 방침이 자신에게 부합되면 마땅히 입사할 것이다.

    만일 사규 방침이 없다면 그게 회사인가?
    경력이 전무하니 몇 달 무보수로 다녀보는 것이 어떨까? 이런 전화를 받았다.
    속으로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전화 한 통에 골낼 것도 아니라서 "글쎄요 생각 해 볼게요"라고 했다.
    담당자는 "작가가 되려면 어딘가 등단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나이도 있으니 어디도 선생님을 받아줄 곳은 없어요"라고 한다.
    몇 달 무보수로 다녀서 그 회사의 기호에 맞는 직원으로 판단이 되어서 정직원이 된다면 모를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몇 달간 무보수로 완전히 봉사하다가 끝나는 일인데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왜 그따위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일에 대한 능력을 못 믿겠다는 것인데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택하지 왜 구태여 못 믿을 사람을 택해서 테스트를 하려는 저의는 무엇일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살다보니 별 일도 다 있네. 에피소드로 치부하려고 했는데 자꾸 걸리는 것이 있었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 회사는 현재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금난에 시달려서 적절한 인재를 구할 형편이 되지 않고 사람은 필요하니 딴에는 우회적인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회사가 구미가 당길까?
    자본주의 사회는 돈 놓고 돈 먹기라는 말이 있듯이 무보수로 일하는 직원이 얼마나 그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열정과 패기를 보여줄 수 있겠는가?
    무슨 기술이라도 습득할 수 있다면야 무보수로 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숭고한 정신적인 노동을 대가없이 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왜 말도 되지 않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말 안되는 제의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그들은 생각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작가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보수로 일하다가 짤리는 것도 좋다고 덤빌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작가라는 그럴듯한 타이틀 때문일 수도 있고 몇 달간의 경력을 쌓을 필요 때문 일 수도 있고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
    전화가 걸려왔을 때 기분 좋게 받았던 이유는 몇 편의 글을 검토하고 글에 대한 인정으로 전화가 걸려온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에 대한 감각이나 의식에 공감해서 그나마 제안이라도 들었다는 것에 위안삼고 그 담당자를 용서해주기로 했다.정말로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의미 없는 제안을 할 필요가 없는데 씁쓸할 따름이다.
    담당자가 글을 쓰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아닌 것은 틀림없다.
    위험천만한 조건을 내걸면서라도 사람이 필요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사야 할 것이다.
    경력 나이 등단 따위의 약점 같지도 않은 약점을 걸고넘어지면서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그 담당자와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것인가?
    어이가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구보다 자의식이 강한 자들의 산물이고 소통의 의미다.
    어떤 현상을 봐도 여러 각도의 시각이 필요하고 한마디를 들어도 내포되어있는 여러 의미가 파악되어져서 부당한 상황에 대처 능력이 뛰어날 때도 있고 오히려 의식의 전개가 빨라서 총알받이가 될 때도 더러 있다.
    하지만 글발로 사람의 마음을 얻고 호응을 받을 때는 그것만으로도 보람되고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금전적인 대가는 필요 없기도 하다.
    그래서 글로 경제적인 행위를 하고 있지 않지만 끈임 없이 글에 대한 갈급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보다는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더 큰 법이다.
    그 담당자가 작가적인 의식이 있었다면 제대로 글을 읽을 줄 알고 글을 쓸 줄 안다면 자신의 잣대로서 이력과 경력을 들고서 타자의 의식에 불필요한 자극을 남발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의식이라는 것은 교육시키거나 주입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나 노동자를 뽑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 회사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한 것도 아닌데 몇 달간 시험을 해보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창작을 한다는 것은 대가를 받는다고 해서 효율이 높아지는 일이 아니다.
    숭고한 소신이 그의 눈에는 알량한 프라이드로 보일지도 모른다.

    좋다! 그 알량한 프라이드조차 영업적인 냄새를 풍기는 작자의 말을 듣고서 의식이 제대로 박혀 있는 사람이 좌우지당할 일은 없다.
    마치 싸구려 외판원 같은 말로 (딴에는 허를 찔렀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제대로 필자의 의식에 금을 가게 했지만 한 통의 전화에 촉각을 세울 필요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그냥 넘기기로 했다.
    열흘이 지나서 전화가 걸려왔다.
    생각을 해봤냐고 묻는다.
    "일이라는 것이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어지지 않는다면 할 수가 없어요"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생뚱맞은 소리를 한다.
    "선생님을 뭘 보고서 채용을 하나요? 그렇다면 글이라도 몇 편 보내세요"
    "이력서하고 그때 글 몇 편 보냈잔아요"

    그 담당자는 첨부한 글도 보지 않고 무작정 무보수로 일하자고 제안했다는 말인가?
    첨부된 글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를 채용한다는 것이 언론사에서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한마디로 둘러대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첫 전화가 왔을 때 글에 대한 감각은 있지만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견습 차원에서 채용하겠다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제 글도 보지 않았단다.

    인원수만 채우는 무슨 다단계 회사도 아니고 가만히 있는 사람을 마치 그 회사 못 들어가서 안달이 난 것 같은 언사를 한다는 것은 신흥 언론사라고 자처하는 곳에서 어찌 제 살 깎아먹는 짓을 하는지 의아할 뿐이다.

    사람 동원해서 일시적으로 판매하고 치고 빠지는 유령회사라면 몰라도 의식을 다루는 언론사의 작태 (용렬한 방법으로 직원을 채용하겠다는)치고는 그 의도가 납득이 안가고 무엇보다도 사회 윤리 의식에 기강을 잡아야 할 언론사에서 인격모독적인 행태가 이뤄진다는 것은 언어도단일 뿐이고 사회와 인간에 대한 올바른 소명의식을 고취시키고자 경각 차원에서 금 같은 시간을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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