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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에서
    창작 2010. 2. 9. 06:00

     

    해피 스토리 공모전ㅠㅠㅠ   
     

    다리를 다쳐 불편했고 전날 잠을 못자서 지친채로 지하철을 탔고 노약자석 빈자리를 확인하고 앉자마자 꾸벅꾸벅 졸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강이쪽에 무언가 툭툭 치고 있었지만 잠에 취해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벼란간  화난 목소리에 놀라 멍한 시선으로 올려봤더니 고약해보이는 노인네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호통친다.
    멍해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으니 따가운 시선은 몰리지 주춤대고 있었더니 노인네의 지팡이가 다시 내 정강이를 세게 쳐버리는 것이 아닌가?

    다리에 힘이 풀리니 무릎위에 놓여 있던 가방과 쇼핑백이 바닥에 떨어져버려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기면서 슬쩍 옆자리를 보니 젊은 남자가 역시 졸고 있었다.
    노인네는 또 버력대자 탑승객한테 졸지에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 지각없는 인간으로 낙인찍힌다 생각하니 창피하기도 하고 억울하기 그지없다.

    "왜그러세요 졸다가 못볼 수도 있는거죠" 한마디하고 일어서니
     "젊은것들이 자리비켜주기 싫어서 자는척하고 너무 뻔뻔해.처음부터 앉지를 말아야지 노약자석 안보여?"
    "저도 다리다쳐서 제대로 못걷는것 안보이나요? 노약자석은 노자뿐아니라 약자도 해당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삼켜버리고 마침 지하철 문이 열리자 목적지도 아닌 곳에서 내렸다.

    젊은 남자도 있었건만 노인에게는 젊은 여자를 공격하는 것이 어쩌면 더 편하고 만만했을런지도 모른다.
    노인이 된다면 지하철타질 말던지 운전하거나 기사를 두던지였다.
    벼슬도 아니고 연장자라는 이유만으로 양보를 강요하고 망신을 주는 것이 이해가 안되었다.

    오래 전 일본 여행가서 지하철을 탔는데 60넘어보이는 노인이 독서를 하고 있었고 머리가 더 희끗희끗한 노인네가 책읽는 노인앞에 서게 되었고 서있는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하니 굳이 머리 곧 내린다고 했고 책을 읽던 노인이 일어서면서 기꺼이 양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같았으면 노인이 더 나이들어보이는 노인을 위해서 양보했을까?
    그 일본 노인같기만 하면 노인이 된다고 해도 서럽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일 외에는 일본의 지하철보다 우리 지하철이 훨씬 더 재밌고 에너지가 넘치긴 한 것 같다.
    미남 미녀들이 많아서 슬쩍 슬쩍 눈요기도 돼고 지하철 역에 따라 패셔너블한 옷차림새덕분에 대중의 트랜드를 쉽게 알 수 있고 무가지 몇 장 집어들면 정보도 한 눈에 들어오고 사무실에 무심코 갖다 놓으면 직원들도 좋다고 본다.
    무슨 역 몇번째 칸에 타고 있으면 거기서 만나서 같이 가자고 약속을 할 수 있어 시간도 절약되고 다른 교통편에 비해서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만날 수 있다.
    일정한 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내리게 되니 내가 쓴 시나 좋아하는 시는 못외우면서도 벽보에 좋은 글 몇줄이나 좋은 시도 감상할 수 있고 때로는 암기까지 되버린다.ㅎㅎ

    주간지는 얄팍해서 부담없이 읽기도 좋고 주마다 표지도 다양해서 마음에 들지만 하루만 늦게 가도 동이 나버리고 지루할 때는 아무 역이나 임시로 내려서 간단한 요기도 할 수 있고 지하철만의 풍경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 지하철에서는 하드자판기도 본 적이 있고 만화 잡지도 몇 권 줏어서 본 적이 있다.
    공짜로 주는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있으면 서울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고 약속 장소와 시간을 차질없이 결정할 수 있고 언제 이런 역이 생겼지 하면서 세월이 흐르고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는 지하철을 찾게 되고 옷매무새가 이상하다 싶을 때도 들르게 되고 약속을 하고 시간이 남아돌아서 좀 휴식을 취할 때 지하철 순환선을 타거나 지하철역 이곳 저곳 둘러볼때만큼 돈안드는 곳도 없다.

    한번은 심야에 지하철을 타고 내리게 되었는데 출입구를 찾을려고 하니 통로마다 철창이 내려져 있어 마치 지하철이 감옥같이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야 이거 갇치는구나"
    아주 낯선 풍경이었고 지하철이 자유롭고 내 멋대로 들락대는 주인없는 도시인줄 알았다가 이 곳이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감금해버리는 시설물이었고 규칙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지하철은 규칙속에 자유로운 문화와 편의를 제공하고 규칙을 지킬 때만 문화와 편의를 보장받는다.

    [카피]

    문화와 편의를  제공하는 서울메트로!
    규칙을 지킬 때 자유로운 서울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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