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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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다는 것....창작/시 2010. 10. 10. 20:36
익숙해진다는 것... 매일 보는 내 얼굴이 내 얼굴인데 초봄부터 바닷가에서 타버렸다. 어느날 몹시 타버린 내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원래부터 까맸던 것처럼. 누군가가 말한다. 피부가 까맣군요. 아닌데요. 탄거죠. 또 잊고 있었다. 너 왜 이렇게 탔니? 그러게.... 가을이 되어서 내 얼굴에 정말 익숙해졌나보다. 누군가가 말한다. 피부가 까맣구나. 탄거죠. 또 잊고 있었다. 갑자기 파우더를 사용하니 몇 십년간 사용하던 컬러인데 피부색과 맞지 않아 떠버리니 우습다. 털어내버린다. 내 피부가 까매진걸 잊고 있었다. 익숙해진다는 것.... 익숙해진다는 것은 원래의 것을 상실하는 것이다. 201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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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과 나... (詩)창작/시 2010. 9. 9. 19:02
태풍과 나... -lumiere- 태풍이 휘몰고 천둥 번개가 진치고 흔들릴 수 있는 모든 것이 흔들리고 침묵하던 사물의 요란한 함성! 그동안 어찌 고요했을까? 새어들어오는 불빛도 없이 天災의 옥살이? 붕괴의 압사? 엄살을 멈추고 태풍의 거친 리듬에 지쳐 잠들다. 볕이 들고 새소리도 들리고 태풍의 난동은 마을을 비웃네.... 대피시킨 화분의 흰꽃인지 꽃봉우리는 그대로다. 자연과 맞닿은 곳, 문명의 혜택은 그만큼 더딜 터... 사람과 사회에서 차단되어지니 내게 몰입되어지다. 태풍이 덥칠 듯이 나를 집어 삼키지만 사물의 비명에 내 비명이 묻치고.... 달래줄 이 없으니 보챌 일도 없고 태풍과 교섭하니 미친 바람도 나도 자연의 일부다. 돌아오는 새벽에도 바람이 미치면 벗이 되어 같이 휘몰고 진치자! (태풍 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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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詩)창작/시 2010. 8. 16. 01:15
착각 -lumiere- 착각이었다지만 착각하고 있는 순간 위안받고 즐거웠다면 착각은 해 볼 일이다. 착각이 좀 더 지속되길 바랬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착각을 즐기고 즐긴 착각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착각도 즐겁고 착각이 끝난 것은 더욱 즐겁다. 착각이 끝났다는 생각조차 착각일런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삶 자체가 착각의 연속인가보다. 착각하지말자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착각하는 순간만큼은 착각이 아니니깐 말이다. 착각에서 깰 때 착각이다.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의 사고가 사실이라면 삶은 참 덧없다. 덧없는 삶이 즐겁기 위하여 또 다른 착각을 꿈꾸느니... 곧 죽을 것이라는 착각을 할까? 마음이 편해진다. 눈뜨지말자 눈뜨지말자. 이만 착각을 내려놓고... -2010/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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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태양 (詩)창작/시 2010. 7. 7. 13:50
바다의 태양 -lumiere-바다되어 잔잔한 파도처럼 설레이고 황금빛 태양을 띄우듯 사연실은 배도 띄우고당신의 마음도 띄웁니다.별을 헤아릴 수 없듯이상념에 갇쳐 흔들리는 고뇌에도빛이 반사하여 표정을 녹이고 불꽃도 피어 오릅니다.밀물처럼 들어올 때는 기쁘지만썰물되어 나가시면 마음은 조각조각 말라붙지요.태양이 고개숙이면 달이 차오르 듯 간만의 차이일 뿐 천체가 조화를 이루듯이마음도 조화를 이룬다면 권태에 지나지 않습니다.마음은 안달이 나고 뺏을수록 갖고 싶고내 마음은 내 것이 아니고 당신의 마음도 불안합니다.도리가 없지요.자꾸만 마음을 훔치니 마음이 애닯아지고...바다를 비추는 뜨거운 태양이 녹아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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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외로운 것이다.(詩)창작/시 2010. 6. 28. 01:39
생각이 외로운 것이다. -lumiere- 생각이 외로운 것이다. 술이 취하면 열쇠를 잃어버려 벽돌로 유리창을 깨고 파편 사이로 집에 기어들어간 적이 있는가?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지 한번 두번 세번 째는 망설임도 없이 벽돌을 집어들고 어느새 그 벽돌은 현관과 한 편이다. 채널을 돌리다 tv홈쇼핑에 고정되고 쇼호스트에게 이끌려 핸드폰에 카드번호를 입력시키고 택배 박스는 현관을 호위하다. 게이트맨을 발견하고 열쇠에서 해방되지만 열쇠공에게 자유롭지 못하다. 주말이면 빛도 들어오지 않는 방에 갇쳐 잘못 걸린 핸드폰 벨소리에 깨다. 누군가 외롭다하니 귀찮기도 하고 바보같이 들린다. 생각이 외로운 것이다. 혼자일 때 완벽히 자유롭고 비로서 내가 주인이다. 기다리느라 지치지도 않고 기다리는 이에게 미안하지도 않다.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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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자서전창작/시 2010. 6. 25. 14:23
하루살이 자서전 -lumiere- 거북이는 하루살이의 날개 짓에 태연하다. 바람실린 먼지로 하찮다. 눈 껌뻑대니 먼지가 날라가다. 비명횡사한 것을 아는지 마는지 졸립다. 하루를 살기 위해서 얼마나 푸드덕 댄 날개 짓인지... 날개는 헤지고 찟기우고 하늘에 펜으로 줄 긋듯이 휘돌아다녀도 흔적도 없다. 하루를 살아도 하루살이를 복제한다. 어제의 하루살이가 오늘의 하루살이인지 내일의 하루살이인지 알 수가 없다. 눈 껌뻑대니 먼지가 날라간다. '먼지가 또 들어오네' 거북이는 하루살이가 우습고 하루살이도 거북이가 우습다. 하루를 살든 천년을 살든 참거짓을 모르거늘... 하루살이야 고작 하루를 살아서 모른다지만 거북이는 어찌 모를고! - 201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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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가 깨져.(詩)창작/시 2010. 6. 23. 11:30
접시가 깨져. -lumiere- 접시가 깨졌을 때 널 탓하면 되지만 그것도 속으로 탓하라. 내가 깼으면 나를 탓하지는 마라. 마음이 두 번 아프잔아. 너가 다쳤다면 세번 아프고 나만 다치면 더 아프다. 나무란다면 더욱 속상할 것이다. 치우려니 찔려서 피가 나고 문양이 조각조각 애처롭다. 잠시 바라본다. 접시는 잊혀져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너가 있으니 잊혀지지 않는다. 접시를 치우듯이 너도 치운다. 뾰족한 조각이 아직도 치워지지못한 채 또 찌른다. 접시는 어디로 갔을까? 왜 없을까? 누가 뭔가 깨고 치우지 않았나보다. -201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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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는 길창작/시 2010. 6. 23. 02:13
갈 수 없는 길 -lumiere- 노란 숲속에 길이 두갈래 갈라져 있었습니다. 그다지 아름답지않은 길이 나를 택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었습니다. 그 길을 걸으므로 해서 그 길은 거의 같아지지 않을 것입니다만,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그 숲속에 두 갈래의 길이 갈라져 있었다고. 사람이 적게 간 길이 나를 택하였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루스트처럼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갈 수 밖에 없는 길을 간 것입니다. 돌아갈 수도 없고 사람이 걸은 자취도 적어 길을 만들기도 하고 서성대며 방향을 잃고 주저앉고 싶습니다. 길은 다른 길에 이어져 끝이 없으므로 여기가 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