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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에겐 바다낚시였지만 내게는 뱃놀이! 마검포항 #.4
    창작 2010. 5. 18. 17:47

     

    시트콤을 찍고 있었을까?

     

    눈에 띄게 고기도 잘 잡고 사진도 잘 찍고 활약상이 대단한 분이 있어 이 배에서 살아 보겠다고 친근감 유발 차원으로 술 기운에 한마디 했다.

    '제일 폼이 멋지시네요'

    사무장이라고 불렀지만 그 때만해도 어딘가 직업이 사무장으로 통하는가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정원호 주최측이었던 것이다.

    (무쏘님이 다 알려줬다)

    어쩐지 물고기 옷을 입지 않았구나.

     

    나중에 들어보니 '닭님'의 연락받고 새벽에 따로 왔기 때문에 내가 '닭님'의 회사 동우회 사람인줄 알았다고 하더라.

    이래 저래 서로들 오해하니 나 홀로 따로국밥 신세였던 것이다.

     

    바다는 마약이었을까?

    내가 ‘따’인지 뭔지도 모르겠고 원래 혼자서 잘 놀기도 한단다.

     

    '왜 낚시 안해요?'

    '아 낚시하러 온 것 아니고,배 탈수 있는지 적성 검사하러 왔어요. 친구가 제가 배 멀미가 심할테니 배 못탄다고 해서요.'

    '낚시대 빌려서 해요'

    '낚시하러 온 거 아니라니깐요. 배 멀미 테스트하러 왔다니깐요.'

     

    관심 안가져줄 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낚시대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자꾸만 낚시를 하라고 하니 낚시대가 갑자기 어디서 나고 회 잔뜩 먹어서 배 부른데 뭘 또 고길 잡으라고 할까?

     

    그냥 이대로 좋았다.

    고길 꼭 잡아야 할까?

    이대로 배만 타면 안될까?

    내 낚시대도 아닌데 빌려서 하면 더 기 죽을테고 장비 갖춰서 몰래 연습하고 당당하게 출전할거야.

     

    바다를 쌩쌩 달리는 것만으로도 신기해죽겠고 한참 감동적인데 여기서 뭘 더 어쩌라고~

    (알았어! 다음에 장비 갖추고 폼 좀 잡을게 쪼르지맛!)

     

    '저기, 혹시 누구 닮았다고 듣지 않았어요?'

    전 도연 얘기 나오려나보다.

    '전 도연 닮은 것 같아요'

    '네 이전부터 좀 들었어요. 근데 전 전 도연 별로인데....요'

    전도연이 속상해 할런지 모르겠는데 전 도연 닮았다는 소리가 그렇게 기분 좋지만은 않다.

    그래도 뭐 연예인이니!

     

    목소리가 우렁찬 '달타냥'님이 고기 잡는 시간보다 회 뜨는 시간이 더 긴 듯 한데 정말 잘 뜨는 것이 뭐든지 신선하다.

    (어쩌면 못 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ㅎㅎ)

    동갑이라고 우기고 친구라고 우기는데 불청객인 내가 뭐 어쩌랴!

    그렇게 해주자.ㅎㅎ

     

    이제 서서히 친해져서 좌무쏘우달타냥 포지션 확실하고!

     

    회 떠주면 회 먹고 저쪽 가서 라면 먹고 아이 새우깡도 슬쩍 뺏어먹고 오미자주는 거의 내 것처럼 다 마시고 따 당한 설움도 없어지고 '닭'도 쭈삣쭈삣 말 걸어주고 술이 좀 들어간 탓인지 갑자기 '누님' 그러고 큰오빠들도 있고 친구도 있고 동생도 있고 막내도 있고 신~났다.

    남들이 막내야~ 그래서 덩달아 막내야~ 그러고.

    '은빛워니님'은 국민막내인가보다!

    젠틀한 큰오빠 무쏘님이 좌측에 있고 해병대 출신 달타냥님이 우측에 포진해 있는데 막내쯤 뭐가 무섭겠나!

    비록 장비도 없고 유비, 관우도 없지만 마검포 번출을 주최한 '날고픈닭'님이 나를 누님으로 모시고 있지 않는가?

     

    처녀 번출이지만 따지고 보면 2003년 가입자인데다가 공지 사항 위로 띄워주는 친구의 빽도 있다!

    초보 티 살짝 벗은 존사람도 있으니 뭔가 편해진다.

     

    근데 왜 집엘 안가는거야?

    3시가 넘어도 4시가 넘어도 돌아갈 생각들을 안하신다.

    '무쏘님! 집에 왜 안가요?'

     

    고기를 많이 못잡아서 만족할 때까지 고기잡이 해야 한단다.

    아니 이 양반들이 나 따 시키고 노상 고기 잡고 있던데 뭘 안잡았다는 것인지!

    듣기론 5~6시간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즐겁다 하지만 하루 왼종일 바다에서 살라니 너무하다.

     

    혼자 탈출을 시도할 수도 없고 꽁짜 배 좀 탄 것이 무슨 큰 죄라고!

    바다에 갇혀버린 것이다.

    타짜의 탈을 뒤집어 쓴 어설픈 낚시꾼들이랑 정녕 내가 왔단 말인가!

     

    어제 한숨도 못자고 대타로 날라 왔지, 무쏘님이 자신의 낚시대로 훈련시켜줘서 어깨도 아프고 술 취해서 졸립고 오전에 따 당한 설움을 회로 채워서 배도 부르고 정말 집에 가고 싶다.

    무슨 낚시를 12시간을 하냐고?

    어제 천안 고객은 두어 시간 만에 고기 너무 많이 잡았다고 좋아라 하던데.

     

    무쏘님이 기분내게 해주려고 고기 1마리 잡게 갖은 기술을 전수해주지만 고기도 내가 초짜인줄 다 안단 말이지.

    잡힐 듯 말듯 놀려대기만 하고 미끼, 봉줄만 다 써버렸는데 안한다고 했잔아요.ㅠ

    장비도 없이 출장 온 나라면 고기가 잡혀도 고기 체면 안 설 것이다.

     

    아무리 뭘 모른다지만 이 낚시대는 너무 무겁다.

    달타냥님걸 쓱 만져보니 왠지 가볍다.

    '그래, 저거야, 내가 살 길은...'

     

    미녀가 왔다갔다하니 이 싸~람들이 고기를 못잡나?

    얼쩡대지 않으면 고기 좀 잡을지도 모르니 작전상 방 안으로 후퇴했고 급 졸다 ......................

    바다에서 드디어 해방되었다.

     

    과묵하신 일지매님이 속정은 깊으신지 무쏘님과 함께 안면읍까지 바래다주신걸 보니 일지매가 맞긴 맞고 친구라고 우긴 달타냥은 사라졌다.

    불 킨 채로 내처자서 눈 비비고 일어나니 그 다음 날 아침이 지나 무려 15시간을 자버렸다.

     

    바다낚시 적성검사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처음부터 자리가 있었다면 모범 도우미 다빈사랑님하고 같이 왔으면 좋으련만  새벽  3시 30 분에 연락받았으니 그야말로 천둥번개라서 '날고픈닭님'의 무모한 방치 하에 마검포 뱃놀이를 끝냈다.

    (날고픈 닭은 계속 못날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바다낚시였지만 내게는 뱃놀이!
    뱃노리 꽃노리 달~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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